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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의 히치콕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뭔 줄 아세요? 바로 명품이 뭐냐는 질문입니다.
물론 사치품이라고 불려야 마땅한 목소리가 명품이라고 불려지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얄팍한 마케팅 전략이다 예술 작품이 아닌 상업적인 상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 뭐 이런 여러 가지 반론도 있어요.
저는 명품 오픈런을 레저 쇼핑이라고 부릅니다.
히치콕 감독의 명작 이창의 한 장면을 보면 럭셔리에 대한 히치콕 형님의 높은 식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기의 아이콘 그레이스 켈리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은 값비싼 프랑스산 드레스를 꼭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레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이죠.
멋지지 않나요? 저는 이 대사가 명품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럭셔리 md들은 이 마법과 같은 명품들을 찾아 나섭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정의

2000년대 초반 샤넬, 에르메스, 구찌 같은 명품이 국내에 직진출하는 시기여서 국내 명품 시장의 성장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봐온 명품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뭔 줄 아세요? 바로 명품이 뭐냐 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을 위해서 잠시 쇼핑의 순간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우리가 상품을 구매할 때의 기준은 뭘까요?

가방을 살 때는 수납공간이 충분한지 시계를 살 때는 시간은 정확하게 맞는지 구두를 살 거라면 반에 편한지 뭐 이런 것들을 보겠죠 한마디로 실용성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을 살 때는 우리는 불편하고 관리도 까다롭고 심지어 다른 상품보다 몇십 배 비싸더라도 망설임 없이 카드를 꺼냅니다.
그건 그 상품이 우리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뭐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만족감이고요 부정적으로 보면 과시욕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같이 실제 사용 목적보다 구매 자체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브랜드를 명품 브랜드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사치품이라고 불려야 마땅한 럭셔리가 명품이라고 불려지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도 많습니다.


얄팍한 마케팅 전략이다, 예술 작품이 아닌 상업적인 상품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반론도 있고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치품과 명품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현장에서 고객들은 럭셔리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를 본능적으로 구별해 내십니다.

디올이나 샤넬의 헤리티지 같은 나름의 이유로 실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소유만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브랜드가 있고 이를 고객들은 명품이라고 인식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명품 브랜드는 고객에 의해서 선택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백화점의 럭셔리 md는 역시 이런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명품 브랜드를 찾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는 서유럽 귀족 사회에서 출발했습니다.
귀족들이 파티에서 착용하는 장신국, 여행할 때 사용하는 트렁크, 멋스러운 드레스나 슈즈를 만들던 장인의 이름은 지금은 누구나 아는 럭셔리 브랜드 왕이 되었고요.
그렇다면 귀족의 전유물이던 럭셔리가 어떻게 대중 곁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까요?

서유럽은 산업혁명 이후에 중세 봉건사회에서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급속하게 변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부르주아라고 하는 신흥 자본재역이 생겨났고 그들은 왕족, 귀족과는 달리 신분을 증명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귀족들이 사용하는 장신구, 트렁크, 드레스, 슈즈 등을 통해서 자신의 신분 상승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명품의 대중화는 어찌 보면 이때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명품의 대중화를 말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아리스티드 부시코라는 분인데요. 이분이 누구시냐면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마르셰 백화점을 만드신 분입니다.
저희 업계에서는 큰 형님으로 통하시는 분이죠.
여러분 혹시 만국 박람회라고 들어보셨나요? 엑스포라고 하면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도 몇 번 열렸던 국제행사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전 세계 여러 나라가 모여서 자랑질하는 축제라고 보시면 돼요.
지금이야 뭐 그렇게 큰 행사는 아니지만 19세기 때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큰 행사였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월드컵 올림픽 섞어놓은 그런 느낌 아무튼 아까 말씀드린 부시코 형님이 이 사람 북적북적대는 만국 박람회를 보고 딱 느낀 거예요.
만국 박람회가 더 이상 귀족들만의 잔치는 아니구나.
그런 박람회를 매일매일 열면 돈 좀 되겠는데
그래서 1852년 프랑스 파리에다가 건물을 하나 딱 세우고 여기다가 미니박람회처럼 온갖 물건들을 갖다 놓고 팔기 시작해요.
이게 아까 말씀드린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마르셰 백화점을 통한 박람회의 상설화는 럭셔리의 대중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죠.

 

요새의 명품 소비를 보면 과거와 달리 조금 특징적인 면이 있습니다.
구매 연령이 젊어졌다는 점과 명품을 과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몇 해 전에 시작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명품 오픈런의 이유

뭔지 모를 시끄러운 음악은 둘째 치고 가사에는 온통 돈 자랑, 명품 자랑, 자기 자랑들이 가득하니까 우리 때 가수는 유명해져서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만은 금기였습니다.
경제적 성공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면 돈 받고 예술원을 팔았다느니, 아티스트 정신이 없다느니 온갖 비난이 쏟아졌죠.
그때는 음악을 사랑하고 팬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 이 말밖에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고, mg 세대는 자신의 성공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쇼미더머니에 환호합니다.

최선을 다해 취업에 성공했고 앞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게 되겠지만 자신이 이룬 성과를 표출하고 싶은 마음은 쇼미너머니라고 외치는 래퍼의 그것과 흡사하고요.
아울러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누군가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여행을 갑니다.
또 다른 사람은 명품 구매로 행복을 누리기도 하고요.
발렌시아가의 스피드 러너를 신고 다니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평소에는 가성비에 포커스를 맞춰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퍽퍽한 현실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자신의 성과를 표현하는 방법, 혹은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특별한 보상으로서는 스피드 러너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플렉스를 단순히 철없는 젊은이들의 과시적인 일탈로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명품 오픈런을 레저 쇼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금 풀어서 얘기하면 온라인 쇼핑이 필요에 의해 신속하게 구매하는 일상의 쇼핑이라면 백화점 홈쇼핑은 구매 자체가 여가 활동인 레저 쇼핑인 거죠.
쉬운 비교 대상으로 캠핑을 들어보겠습니다.
솔직히 캠핑만큼 힘들고 돈 많이 드는 레저도 없어요.
자는 거 불편하지, 먹는 거 불편하지, 장비값 이런 그런데도 사람들은 캠핑에 열광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으니까요.

홈쇼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구매를 포함한 쇼핑의 전 과정이 하나의 여가 활동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꺼이 밤을 새고 때론 원하는 걸 못 사고 빈손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다시 시간을 내 백화점을 방문하는 거예요.
명품은 수시와 신속이라는 일상의 쇼핑과는 대조되는 특별함과 여우요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레저 쇼핑에 매우 적합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들 이런 말씀 많이 하세요. 미래에는 백화점이 사라질 거다.
왜? 온라인 쇼핑이 있으니까.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재미를 찾아 불편함을 감수하고 캠핑을 가듯이 백화점이 제공하는 쇼핑하는 재미는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와의 관계 역시 레이저 쇼핑을 함께 제공하는 지속적인 공생관계라고 보고요.

 

지금까지 개인적 차원에서 명품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았는데요.
럭셔리하면 누군가는 럭셔리 쉐임이라는 말을 통해서 비난하기도 합니다.
과시적이고 허황된 하등 한 소비라는 거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품이란 최선을 다한 자기에게 주는 선물 같은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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